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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험을 위한 공부와 공부를 위한 시험
이름 조구라 작성일 17-12-29 10:57 조회 3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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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를 시험에 들게 하지 마옵시고" 예수 그리스도가 제자들에게 가르친 기도에 나오는 말이다. 기독교 신자가 아니라도 학생이라면 누구나 한 번 쯤 신에게 빌어 보았을만한 기도다. 물론 이 ‘시험’이 그 ‘시험’은 아니겠지만 말이다.

 

시험을 좋아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좋아하지 않는 정도가 아니라 싫어하는 사람이 대다수다. 많은 학생들은 시험이 다가오면 불안해한다. 왜 그럴까? 일단은 결과가 두렵기 때문이다. 시험 성적이 나쁘면 벌을 받기도 하고, 진학이나 취업을 하지 못할 수도 있다.

 

euclid » 고대 그리스의 수학자 에우클레이데스(유클리드). "학문에는 왕도가 없다"고 했다.

벌이 따르지 않거나 결과에 자신이 있더라도 시험은 썩 내키는 일은 아니다. 이것은 시험이 가진 특성 때문이다. 시험은 최대수행검사(maximum perance test), 말 그대로 한 사람이 최대한 수행할 수 있는 능력을 측정하는 검사다. 머리를 쓰는 일은 근육을 쓰는 것만큼이나 힘든데, 그것도 최대한 써야하니 괴로운 일일 수밖에 없다.

 

그러나 고대 그리스의 수학자 에우클레이데스 1) 가 남긴 말처럼 학문에는 왕도가 없다. 시험은 괴롭지만 공부에서 피할 길이 없다. 공부에는 피드백(feedback)이 중요하다. 잘하는 것을 살리고 못하는 것을 고쳐야 발전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시험은 학생이 피드백을 얻을 수 있는 방법이다.

 

 

측정이 없으면 개선도 없다

 

취미로 운동이나 게임을 오래 해도 실력이 잘 늘지 않는다. 재능이 없기 때문이 아니다. 자신이 할 줄 아는 것, 잘하는 것만 하고 제대로 된 연습은 거의 하지 않기 때문이다. 단순한 반복은 아무리 많이 해도 소용이 없다. 피드백을 받으면서 연습을 해야 한다. 그래서 정상급의 실력을 가진 프로 선수들도 코치의 지도를 받는 것이다.

 

kelvin » 영국의 물리학자 윌리엄 켈빈 경은 "측정이 없으면 개선도 없다"고 했다. 출처/ Wikimedia Commons

영국의 물리학자 윌리엄 켈빈 경은 다음과 같이 말했다. "측정이 없으면 개선도 없다(If you can not measure it, you can not improve it)." 피드백을 받지 못하면 실력은 늘지 않는다. 이것은 여러 전문분야들의 비교에서도 알 수 있다. 어느 분야나 전문가들은 재능도 있고 공부도 했고 경험도 있다. 하지만 경력에 따라 실력이 쉽게 느는 분야가 있는가 하면, 오래 있어도 실력이 잘 늘지 않는 분야가 있다. 이것은 피드백의 양과 질이 다르기 때문이다. 2)

 

실력이 잘 늘지 않는 대표적인 분야가 사람을 다루는 일이다. 여기에는 입학사정관, 인사담당자, 정신과의사, 상담가 등이 있다. 입학사정관은 지원자의 잠재력을 파악해서 학생을 선발하는 일을 한다. 그런데 사정관이 학생을 뽑고 몇 년은 지나야 학생을 잘 뽑았는지 못 뽑았는지 알 수 있다. 게다가 미래가 유망한 학생을 잘못 떨어뜨리더라도 그 사실을 알 길이 없다. 피드백이 늦거나 없는 것이다. 그러니 훌륭한 입학사정관이 되기란 매우 어렵다.

 

 

피드백이 만드는 차이

 

강의는 가장 널리 쓰이는 교습 방법이다. 하지만 효과가 매우 낮다. 피드백이 거의 없기 때문이다. 강의를 뜻하는 영어 단   어 'lecture'는 라틴어 "책을 읽다"라는 뜻인 'lectura'에서 나왔다. 인쇄술이 발전하기 전에는 책값이 무척 비쌌기 때문에 교사가 학생들에게 책을 읽어주면, 학생들이 받아썼다. 얼마 전까지도 칠판에 선생님이 판서를 하면 학생들이 노트에 받아 적는 방식의 강의가 흔했다.

 

더 이상 책을 불러 주고 받아쓰진 않지만, 강의는 여전히 교육에서 큰 몫을 차지하고 있다. 사교육에 대한 저렴한 대체재로 보급된 것도 인터넷 강의다. 이것은 교실에서 하는 강의와 본질적으로 다를 것이 없다. 정확히 말하면 교실에서 하는 강의를 동영상으로 찍어 인터넷으로 배포하는 것뿐이다. 인쇄술이 없던 천 년 전의 교습법이 첨단 기술로 반복되고 있다.

 

교육학자 벤저민 블룸(Benjamin Bloom)과 그의 제자들은 학생들을 무작위로 세 집단으로 나누어 서로 다른 방법으로 같은 내용을 가르쳐보았다. 한 집단은 강의를 듣게 하고, 다른 집단은 교사가 학생들을 1 대 1로 개인 지도(tutoring) 했다. 마지막 한 집단은 완전학습(mastery learning)이라는 방법을 사용했다.

 

결과는 큰 차이가 났다. 그냥 강의만 들은 학생들 중 최고 수준의 학습 성취도에 도달한 학생은 20%에 불과했지만, 개인지도를 받은 학생들은 90%가 최고 수준에 도달했다. 여기까지는 어쩌면 당연하지만 놀라운 것은 그 다음이다. 완전학습 방식으로 배운 학생들도 70%가 최고 수준에 도달한 것이다. 3)

 

완전학습은 블룸이 제안한 교육 방법으로서 교사 한 명이 여러 학생을 가르칠 수 있는 강의의 장점과 학생 하나하나에 피드백을 줄 수 있는 개인지도의 장점을 합친 방법이다. 말은 거창하지만 방법은 간단하다. 강의를 마치고 학생들에게 시험을 보게 해서 피드백을 주고 확실히 이해하지 못하거나 잘 못하는 부분을 보충해주는 것이다.

 

 

시험만 봐도 공부가 된다

 

시험에는 피드백의 기능만 있는 게 아니다. 여러 연구에 따르면 시험을 보는 것만으로도 학생들의 학업성취도가 향상된다. 심지어 채점 결과를 가르쳐주거나 틀린 문제를 복습하지 않아도 그렇다. 이것을 시험 효과(test effect)라고 한다.

 

지식은 머릿속에 그대로 들어가서 그대로 나오지 않는다. 지식은 기억할 때도, 떠올릴 때도 적극적으로 구성되는 것이다. 시험은 기억을 꺼내는 훈련을 시켜주기 때문에 그 자체로도 공부가 된다. 그래서 시험 효과는 주관식 시험에만 나타난다. 객관식 시험은 적극적으로 기억을 떠올릴 필요 없이, 선택지 중에 답을 알아보기만 하면 되기 때문이다.

 

카픽(Karpicke)과 뢰디거(Roediger)는 반복학습과 반복시험의 효과를 비교하는 실험을 실시했다. 이 실험에서 그들은 대학생들에게 동부 아프리카에서 쓰이는 스와힐리어 단어 40개를 보여주고 시험 치는 과정을 4번 반복했다. 어떤 학생들에게는 이전 시험에서 틀린 단어만 계속 보여주었고(비반복학습) 다른 학생들에게는 맞춘 단어도 계속 보여주었다(반복학습). 또, 어떤 학생들에게는 이전 시험에서 틀린 단어만 시험에 냈고(비반복시험), 다른 학생들에게는 맞춘 단어도 계속 시험에 냈다(반복시험). 어떤 방법으로나 학생들은 단어 40개를 모두 외울 수 있었다.

 

그런데 1주일 후에 다시 시험을 보자 놀라운 결과가 나타났다. 반복학습과 비반복학습에는 별 차이가 없었다. 다시 말해 한 번 외운 단어는 또 외울 필요가 없는 것이다. 그런데 반복시험을 본 학생들은 1주일 전에 외운 단어를 80%나 기억한 반면, 반복시험을 보지 않은 학생들은 30% 밖에 기억하지 못했다. 아는 단어라도 계속 시험을 치면서 떠올리는 연습을 해야 기억이 오래 간다.  4)

 

 

총괄평가와 형성평가

 

모든 내용을 배운 뒤에 본다. 모든 학생이 똑같은 문제를 푼다. 대부분 문제는 객관식이다. 시험을 치고 며칠이 지나면 성적표가 나온다. 성적표에는 과목별로 맞춘 문제 수에 따라 점수가 기록되어 있다. 점수 순서대로 등수가 매겨지기도 한다. 우리 사회에서 시험이라는 것은 보통 이렇다.

 

학교에서 치는 시험은 대부분 총괄평가(summative test)라고 해서 학생의 학업성취도를 파악하는 것이 목적이다. 총괄평가를 할 때는 이미 진도가 다 나갔거나 학기가 끝나서 학생에게 피드백을 주기엔 너무 늦다. 그나마 결과도 시험 치고 한참 지나야 받을 수 있다.

 

또 문제도 주로 객관식이어서 시험 효과를 기대하기 어려울 뿐만 아니라, 상대평가를 하기 때문에 학생들이 얻을 수 있는 피드백도 적다. 덧셈을 못해서 한 문제 틀린 학생과 뺄셈을 못해서 한 문제 틀린 학생이 점수는 같을지 몰라도 받아야 하는 피드백은 다르기 때문이다.

 

총괄평가와 반대로 공부를 위한 시험도 있다. 이를 형성평가(ative test)라고 한다. 피드백을 목적으로 보는 시험이다. 피드백은 자주, 빨리 받을수록 좋다. 완전학습에서는 형성평가를 수업마다 보고 바로 피드백을 주도록 한다.

 

하지만 학교 현장에 적용하기에는 어려움이 많다. 완전학습이나 형성평가는 1대1 개인지도보다는 더 적은 비용으로 학생들에게 피드백을 줄 수 있는 방법이지만 전통적인 교습방법과 비교하면 여전히 많은 시간과 노력이 든다. 수업 준비에 더해 형성평가 문제를 만들고 채점하고 피드백 주는 일까지 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것은 교사 개인의 노력으로 어찌 해보기는 힘들고 교육 당국의 정책적 지원이 필요하다.

 

00exam2 » 초등학교에서 치러진 일제고사. 한겨레 자료사진    

시험을 위한 공부? 공부를 위한 시험!

 

아쉬운 대로 ‘공부를 위한 시험’은 학생 혼자 볼 수도 있다. 스스로 문제를 만들어도 되고, 문제집을 시험처럼 풀어도 된다. 모르는 것, 틀린 것을 노트에 정리해두고 다시 보는 것도 많이 권하는 방법이다. 백지에 자신이 공부한 것을 한 편의 글로 쓰거나 마인드맵으로 그린 다음, 책과 비교해서 잘못 쓰거나 빠진 부분을 확인하는 방법도 좋다.

 

교육학자 중에는 시험이야말로 교육에서 가장 중요한 수단이라고 말하는 사람도 있다. 물론 여기서 말하는 시험은 객관식으로 일제히 쳐서 성적으로 한 줄로 세우는 시험이 아니다. 학생들에게 피드백을 주고, 기억을 꺼내는 훈련을 시키는 시험이다. 시험을 위한 공부가 아니라 공부를 위한 시험이 되어야 한다.



출처: 사이언스온  http://scienceon.hani.co.kr/338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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